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이야기

[소설] 어둠을 걷다

2015.01.14 00:05 : 자작


누군가 아래 사진을 던져주고 글을 써보라길래 어쩌다보니 단편소설 적게됨 나중에 퇴고할 예정



저 문을 들어가면 미래가 보인다고 한다. 걸어가는 시간동안 자신의 미래가 영화필름처럼 스쳐지나가고 용기 있는 자들만이 자신의 마지막을 보고 나왔다고 하는 이 세상의 수많은 신비 중 하나.

나는 지금 그 문 앞에 도착했다. 인터넷으로 퍼진 수많은 추측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입구는 고요했고 내가 도착해서 차를 세웠을 때에 한 남자가 흐느끼며 걸음을 걷고 있었다. 한쪽 날개가 찢어진 나비처럼 비들대던 남자는 이윽고 바닥에 쓰러져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그곳을 들어가면 당신의 미래는 더 이상 없는 것이라고 그곳에는 당신을 죽게 만드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천성이 모험가이며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마초는 아니지만 남자이기에 도전정신을 발휘하는 그런 무모한 짓을 많이 해왔고 그런 선택 속에서도 아직까지 그 무엇도 잃지 않고 순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발걸음이 옮길수록 남자의 울음소리는 멀어지고 어느새 내 앞에는 어둠이 가득찬 문이 있었다. 하늘에 태양이 빛을 내며 그 속을 파헤쳐내듯 스며들어가지만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이 신비로움은 그 속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혹여나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떨어져서 죽는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두려움에 굴하지 않았다. 겁쟁이처럼 자신의 미래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애송이도 들어갔다 나온 곳인데 나라고 못 들어갈리가 없지 않은가?


발걸음을 움직이고 그곳에는 단단한 바닥이 내 몸을 지탱해줬다. 단 세걸음만에 주변이 어둠으로 뒤덮혔고 뒤를 돌아봤을 때에는 너무나 먼곳에 출구가 있었다. 출구의 빛은 확실히 보였지만 너무 멀어서 1분은 뛰어가야 나갈 수 있는 거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내가 벌써부터 헛것을 보기 시작한건가? 싶었지만 등뒤에서 비춰오는 따뜻한 온기에 나도 모르게 돌아본 그곳에는 내 모습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걸어갔다. 그 앞에는 내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상사에게 깨지면서도 술자리에서 뒷담을 하는 모습, 하지만 상사와 죽이 잘 맞아서 큰 일을 해내 회사내의 입지가 강해진 모습.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모습으로 화면이 흘러간다. 물론 멈춰서는 순간 흐르던 화면은 멈춰선다. 그리고 그 뒤에는 출구가 변하지 않는 위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을 계속 걸어가다보면 노인이 되어 나가는건 아닐까? 라는 걱정을 했지만 나는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화면속의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이 내 뇌로 고스란히 흘러들어오며 마치 모든 것들이 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꿀처럼 달콤하고 불처럼 아름다웠다. 그렇기에 뿌리칠 수 없는 유혹으로 발걸음은 재촉당했다. 사랑은 때론 아프고 허망한 것이 되기도 했으나 삶을 지탱해주고 활력소가 되어주어 이 세상의 그 어떤 두려움도 이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안겨줬다.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서 아내의 행동은 변했고 나는 자신감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언제나 나를 감싸주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나를 외면했다. 그녀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자였으며 자유분방한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며 나에게서 사랑을 쟁취할 줄 아는 그런 매력적인 여자였기에 나는 그녀의 변해버린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자신감이 없었고 나를 제대로 쳐다보는 것을 두려워했다. 혹여나 다른 남자가 생긴건지 물어봤지만 그저 아니라고만 대답하는데도 그 모습은 내가 사랑하던 이의 모습이 아닌 전혀 모르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나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싸움은 언제나 내 승리로 끝난다. 그녀는 나에게 그 어떤 아쉬운 소리도 하지 못하고 마지막에는 입만 다물고 있었으며 미안하다는 말만 흘러나오는 인형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울고불고 사정을 해봐도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 그녀가 다른 남자와 바깥에서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열이 받았다. 그녀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내가 본 그곳에는 한 남자가 아내를 설득하려는 듯이 열심히 말을 하고 있었다아내는 그런 남자를 보며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기에 이성은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내고 분노만이 내 모든 생각을 뒤덮었다. 나는 카페에 뛰어들어가 남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깜짝 놀란 아내는 내 앞을 가로 막으며 만류했으나 배신감으로 얼룩진 상처는 그녀를 향한 폭력으로서 그 흉측한 이빨을 드러냈다.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그녀를 보면서 그 이빨은 나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죄책감과 배신감이 끊임없이 싸우고 그 속에서 흩어지는 핏자국에 힘이 빠지고 더 이상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혼돈만이 가득차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남아있던 분노는 그곳에 있는 기물을 때리고 던지다가 신고를 받은 경찰로 인해서 마무리가 됐다. 그렇게 경찰서 안에 있는 작은 감옥에 갖혔지만 바깥에서 울며 애원하는 아내의 목소리와 한숨을 쉬는 경찰의 대화가 오고갔다. 너무 멀어서 정확한 소리는 안들렸지만 이내 경찰이 다가와 나를 풀어줬다. 나는 뭔가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경찰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를 갈았지만 내가 이곳에서 무슨짓을 했다가는 아내에게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사라지기에 나는 그저 얌전히 따라갈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간 그곳에는 쓰러진 아내가 있었다. 당황한 경찰은 급하게 119에 신고를 했고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나를 향해 한마디를 던졌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아내가 불쌍하지도 않은가요?"


충격을 받은 채로 병원에 도착한 나는 내가 주먹을 휘둘렀던 남자와 면회를 했고 그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내가 불치병이기에 더 이상 생존의 가망성이 없었고 수술로 삶을 이어가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이 미안해서 자신이 죽으면 꼭 시신을 잘 처리해주고 유서를 전달해줘서 사라진 걸로 속여달라고 부탁했으나. 의사는 남편인 나에게 사실을 알려야하며 죽은 후에 거짓말로 사라진다고 해도 상처받는 건 똑같은 거라며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혼수상태에 빠진 현재로서는 자신도 최선을 다해보겠지만 가망이 없으니 준비를 하라고 설명을 듣고서야 망연자실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가 하는 말을 바라보면서도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내가 미래를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마득히 잊어버린 상태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만났을 때는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아무리 기도했으나 내 생각은 그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고 바스라져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렸고 그녀는 죽음과 비참함을 남기 채 내 곁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나는 사실을 알 수 없기에 더욱 더 비참해져버린 인간의 슬픔과 공허를 비난하며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가진 채 죽음을 택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곳은 바깥이었다. 어둠은 사라졌고 햇빛만이 나를 안아준다. 모든 슬픔이 그곳에 있었다. 죽을 때의 고통이 되살아났지만 그것은 고통이라고 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이를 마지막까지 지키지 못한 자신의 상처만이 숨을 막고 심장을 조여왔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속에서 나도 그 남자처럼 얼굴을 감싸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누군가의 발소리와 비명과 울음소리와 미쳐버린 웃음소리들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이제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는 마음에 어둠만이 가득 차올랐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추운 밤이 그곳에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일어났다.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곳에는 더 이상 미래는 없었다.


'자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어둠을 걷다  (0) 2015.01.14
Posted by 우노★ Trackback 0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